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강렬한 문장을 사용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온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같아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사는 저로서는 이 책을 구석에 처박아 뒀었는데요. 읽기 시작한 순간, 저는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독일에서 수십 년 간 형사 변호사로서 법정을 드나든 저자가 쓴 에세이 수필집입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의 책을 굳이 꼽자면 시골 의사와 행복한 동행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그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새삼스럽게 부럽고 우러러보기만 했던 의사의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저자는 수십 년의 변호사 생활 동안 열 개 정도의 사건들을 꼽아 스토리로 옮겼습니다. (그나저나 변호사들은 원래 글을 잘 쓸까요?) 이분도 변호사라기에는 글을 너무나 유려하게 잘 쓰십니다.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고서야 쓸 수 없는 감정의 변화라던가 동작들을 아주 세심하게 포착하여 글로 옮겨 적어 놓았습니다. 묘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읽는 도중에 책을 여러 번 덮었습니다. 제가 자꾸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서 내용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뒤 내용은 알기 싫어'라는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밝은 면만 보여준다


가장 첫 번째 스토리는 아주 명망 있는 집안에서 대대로 의사 생활을 했던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연애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이 모범생은 아버지가 초대된 파티에 따라갔다가 자신보다 연상의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 여자는 여러 번의 연애 경험도 있었습니다. 한국 정서로는 이해 가기 어려웠던 점은 첫날 밤을 보내고 난 이후, 남자에게 본인이 큰 실연을 겪은 얘기를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가 지운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착하고 순진한 남자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말없이 꼭 안아줍니다. 이 여인을 자신의 목숨이 끊기는 날까지 사랑하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그 지방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사로서 수십 년째 생활해옵니다. 날이 갈수록 여자의 잔소리는 심해졌고, 남자가 무엇을 해도 그 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남자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부인을 농기구를 보관해 놓는 창고로 부릅니다. 여자는 못마땅한지 문을 들어서자마자 남자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데요. 그런 여자의 머리를 남자가 도끼로 내려찍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찰에게 전화합니다.


내가 잉그리드를 잘게 쪼게 놨소. 지금 와주시오.


그렇게 이 남자의 재판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이 내용을 몇 문단으로 짧게 표현했지만, 책에는 아주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남자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수십 년의 결혼생활을 해왔는지. 그리고 태연하게 자신의 부인을 죽이고 난 뒤 경찰에 전화하는 모습까지요. 변호사인 저자는 왜 이 남자가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자신의 부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남자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파악을 한 것이겠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소설의 포문을 여는 가장 훌륭한 문장 Best 10에 선정되었었는데요. 저는 이게 그렇게 특별한 문장인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삶을 살아갈수록 이보다 더 우리 인간의 삶을 바로 보여주는 문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책에 나오는 수십 가지의 사건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끔찍한 사건은 저마다의 이유로 원인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국가는 마땅히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그 공평성과 형평성을 위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자가 바로 저자인 변호사입니다. 


저는 항상 이 책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데요.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재미가 없는 책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꿋꿋이 오늘도 얘기합니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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