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터로의 하버드 로스쿨입니다. 미국에서는 하버드 로스쿨 1학년생을 One L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이 책의 원제는 One L이었는데요.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하버드 로스쿨로 바뀌었습니다. 어마어마한 두께에 비해 가격은 저렴합니다. 13,000원이죠. 저는 이마저도 중고로 구매를 했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의 1년을 책으로 담았기 때문에 문체가 소설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딱딱하지 않습니다. 저는 책을 펴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완전히 매료되어 읽어 나갔습니다. 마치 제가 하버드 로스쿨 1학년생이 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저는 이런 수기집 읽는 걸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치열하게 살아왔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게으른 까닭도 있겠지만 목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신이 계획한 목표를 이루려는 열망이 아주 대단한 사람이란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발에 채도록 듣는 '목표를 가져라!', '꿈이 먼저다!'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목표가 뭘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목표를 꼭 세우시길 바랍니다. 이 한 끗 차이가 인생의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 일으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미국은 학부 시절에 법학을 전공할 수 없습니다. 학부에서 전공 공부를 한 뒤에 대학원으로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이 다양한 사람들이 하버드 로스쿨에 모이는데요. 스콧 터로의 경우에는 스탠퍼드 문학과를 졸업한 후에 하버드 로스쿨로 입학한 케이스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서술하고 있듯이 미국도 한국의 문화와 다르지 않나 봅니다. 로스쿨 입학생 대부분이 부모님이 아이비리그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부가 세습되듯이 교육도 세습이 됩니다. 이 둘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봅니다. 스콧 터로도 일반 학교 문학 선생님을 준비하던 도중 부모님의 권유로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미 결혼을 해서 부인이 있는 상태였어요.


하버드 로스쿨의 어마어마한 수업과 과제량 때문에 하루를 1분 단위로 사용해야 합니다. 1분이라도 게으름을 부렸다간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자가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 책은 하버드 로스쿨 1학년생들의 365일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요. 과제 및 학과 공부를 하기에도 정말 부족한 시간이었을 텐데 매일매일의 기록을 바탕으로 나중에 책까지 낸 걸 보면 문학과 기질은 숨길 수가 없었나 봅니다. 더욱이 소설이라 할 정도로 문체가 부드럽고 쉽게 읽힙니다. (저로서는 번역가의 재량이 아주 컸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쭉쭉 나갑니다.


입학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수님의 질문에 경쟁적으로 서로 대답하려 하는데요. 이를 스콧 터로가 유심히 지켜봅니다. 왜냐하면 결국 로스쿨에 입학한 이유는 명망 있고 영향력 있는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일 텐데 그 길로 가는 첫 순위가 바로 교수님에게 잘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더불어 엑스트라 커리큘럼도 신경 씁니다. 하버드 법률 신문의 편집장이라도 나오면 유명 로펌에 입학하는 게 더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콧 터로의 경우, 이런 학생들이 되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었고 시간이 흘러 진실을 보게 됩니다.


결국 교수님의 눈에 들거나 명망 있는 로스쿨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그런 학생들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부터 두뇌가 뛰어나거나 아이큐가 좋은 학생들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건 해결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학생들은 결국 목소리가 크거나 똑똑하게 보이는 학생들이 아니라 진실로 뛰어난 학생들이 차지하는 것이었죠. 스콧 터로는 자신이 그 학생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스콧 터로는 결국 시카고 판사에 임용되어 공직에 몸을 담습니다. 그러면서 추리 소설들을 하나, 둘 발표하는데요. 이 작품들이 미국에서 대박이 나게 됩니다. 결국, 그의 작가 성향이 어떤 식으로든 발휘가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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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강렬한 문장을 사용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는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온라인 알라딘 중고서점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같아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사는 저로서는 이 책을 구석에 처박아 뒀었는데요. 읽기 시작한 순간, 저는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독일에서 수십 년 간 형사 변호사로서 법정을 드나든 저자가 쓴 에세이 수필집입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의 책을 굳이 꼽자면 시골 의사와 행복한 동행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에 그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란! 새삼스럽게 부럽고 우러러보기만 했던 의사의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저자는 수십 년의 변호사 생활 동안 열 개 정도의 사건들을 꼽아 스토리로 옮겼습니다. (그나저나 변호사들은 원래 글을 잘 쓸까요?) 이분도 변호사라기에는 글을 너무나 유려하게 잘 쓰십니다. 글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사건의 주인공이 아니고서야 쓸 수 없는 감정의 변화라던가 동작들을 아주 세심하게 포착하여 글로 옮겨 적어 놓았습니다. 묘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읽는 도중에 책을 여러 번 덮었습니다. 제가 자꾸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서 내용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뒤 내용은 알기 싫어'라는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밝은 면만 보여준다


가장 첫 번째 스토리는 아주 명망 있는 집안에서 대대로 의사 생활을 했던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연애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이 모범생은 아버지가 초대된 파티에 따라갔다가 자신보다 연상의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그 여자는 여러 번의 연애 경험도 있었습니다. 한국 정서로는 이해 가기 어려웠던 점은 첫날 밤을 보내고 난 이후, 남자에게 본인이 큰 실연을 겪은 얘기를 털어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가 지운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착하고 순진한 남자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말없이 꼭 안아줍니다. 이 여인을 자신의 목숨이 끊기는 날까지 사랑하겠노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그 지방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사로서 수십 년째 생활해옵니다. 날이 갈수록 여자의 잔소리는 심해졌고, 남자가 무엇을 해도 그 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남자는 어느 날 아침 자신의 부인을 농기구를 보관해 놓는 창고로 부릅니다. 여자는 못마땅한지 문을 들어서자마자 남자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데요. 그런 여자의 머리를 남자가 도끼로 내려찍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찰에게 전화합니다.


내가 잉그리드를 잘게 쪼게 놨소. 지금 와주시오.


그렇게 이 남자의 재판이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이 내용을 몇 문단으로 짧게 표현했지만, 책에는 아주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남자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수십 년의 결혼생활을 해왔는지. 그리고 태연하게 자신의 부인을 죽이고 난 뒤 경찰에 전화하는 모습까지요. 변호사인 저자는 왜 이 남자가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고 자신의 부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남자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파악을 한 것이겠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소설의 포문을 여는 가장 훌륭한 문장 Best 10에 선정되었었는데요. 저는 이게 그렇게 특별한 문장인지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삶을 살아갈수록 이보다 더 우리 인간의 삶을 바로 보여주는 문장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책에 나오는 수십 가지의 사건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끔찍한 사건은 저마다의 이유로 원인이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국가는 마땅히 처벌을 내려야 하지만 그 공평성과 형평성을 위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자가 바로 저자인 변호사입니다. 


저는 항상 이 책을 사람들에게 추천하는데요. 별로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재미가 없는 책인지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꿋꿋이 오늘도 얘기합니다.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꼭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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